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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원성전(문숙공 김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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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회 작성일10-04-06 17:42 조회1,9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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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듣건대, 이곳 사람으로 정씨(鄭氏) 성을 가진 자가 있는데 효용(驍勇)은 절륜하지만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여 향리에 살고 있다 합니다.”

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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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러하다면, 천리마의 발길질하고 물어뜯는 사나움이야 무슨 해 될 게 있겠는가. 내가 그를 군관(軍官)에 임명하겠다.”

하고는, 그를 불러와 계획을 말하기를,

 

“적의 강함은 날로 더하고 우리의 약함은 날로 심해지니, 숫자의 많고 적음이 현격히 다르고 군사의 용감함과 겁약(怯弱)함이 배로 차이가 난다. 따라서 나가 싸우자니 속절없이 사람들의 피만 흘릴 뿐이겠고, 그렇다고 앉아서 지키자니 마땅한 계책을 찾기 어렵구나. 성에는 성가퀴가 없고 참호엔 도랑이 없으며, 군량이 넉넉하지 않고 무기조차 부족하니, 우리 고을이 한 가지도 믿고 든든히 여길 것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어찌 속수무책으로 그냥 있을 수 있겠느냐. 하늘이 원주에 내려준 요새라고는 오직 영원성(鈴原城)이 있으니, 이곳이 근거지로 삼을 만하다. 옛사람이 이 성을 얻고서 공훈(功勳)을 세운 적이 있으니, 우리의 재주야 비록 옛사람만 못하겠지만 우리의 뜻이야 어찌 옛사람만 못하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이곳을 버려두고 지키지 않으니, 이는 매우 중요한 기회를 잃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하늘이 장차 우리를 벌하게 될 것이다. 나는 너를 의지할 터이니, 너는 힘써 주기 바란다.”

하니, 그 정씨가 무릎을 꿇고 대답하기를,

 

“왜적은 너무도 기세가 대단하여 다른 적들에 비길 수 없으며, 게다가 지금은 옛날과 형편이 다릅니다. 이 정도의 병력으로 저들의 예봉에 대항한다는 것은 도저히 형세상 상대가 되지 않으니, 한갓 험준한 요새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모쪼록 잠시 다른 곳으로 가서 피했다가 장단(長短)과 이해를 잘 따져서 우리 쪽에 유리한 틈을 얻어 일을 도모해도 아마 늦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 말을 들은 공은 불끈 노하여 꾸짖기를,

 

“네놈과는 일을 도모할 수 없다.”

하고, 물리쳐 내쫓은 다음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기를,

 

“계책은 이미 결정되었으니, 내가 한 번 죽으면 족할 것이다. 내가 누차 청환 근신(淸宦近臣)의 자리에 올라 크나큰 성은(聖恩)을 입었음에 옷을 걸치고 밥을 먹음이 하나같이 모두 주상(主上)의 은택이 아님이 없다. 게다가 고을을 맡은 사람은 분수상 당연히 그 땅을 지켜야 하니, 삶은 나라와 함께 살아놓고서 죽음은 나라와 함께하지 않아 경각이라도 구차히 살기를 도모한다면 심히 부끄러운 일일 뿐더러 사람이 바라는 바와 싫어하는 바 중에는 이보다 더 중대한 것이 있다. 내가 이제 굳건하고 험준한 요새를 점거하여 힘을 다해 막다가 행여 하늘의 은덕을 입어 저들의 예봉을 꺾을 수 있다면 기쁜 일이려니와 만약 불행한 사태를 만난다면 오직 죽음이 있을 뿐이다.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이 일신(一身)을 위해 죽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하고는, 마침내 말에 올라 선구가 되어서 관아(官衙)의 식솔들을 데리고 사졸(士卒)들을 창도(唱導)하니, 사람들 가운데 감격하여 기꺼이 달려오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에 영원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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