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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설악산기(登雪嶽山記)3-등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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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8-01-31 06:25 조회2,0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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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분만에 설악동 입구에 도착하여 문화재 관람료를 억지로 내고 설악산으로 들어선다. 설악산을 그림처럼 배경 삼고 서 있는 곰상 앞에서 기념촬영도 했다. 동양 최대의 청동 불상 앞에서 합장 목례한 뒤 신흥사 앞을 지나니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온다. 많은 관광객들이 오간다. 거의 가족 동반으로 청소년들이 부모와 함께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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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입구 곰상 앞에서>

 

 설악산 일대는 1965년 11월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되었고, 1973년 12월 다시 공원보호구역으로 고시되었으며, 1982년 8월 유네스코에 의하여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설정되었다. 소나무 참나무가 대부분인데 특히 설악조팝나무, 눈잣나무·지빵나무·눈향나무 등의 특종 식물이 분포하고, 열목어(熱目魚)·크낙새·까막딱다구리 등의 보호동물 등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산길 등산로치곤 꽤 넓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20분 가량 올라가니 무명용사비(無名勇士碑)가 나온다. 6.25때 산화(散華)한 이름 모를 숭고한 혼령들에게 목례로 넋을 기리며 지나가니 작은 상가가 나온다. 여기서 다시 5분 쯤 지나 설원교(雪源橋)를 건너니 길 폭이 좁아지고 포장도로가 아닌 돌길이 시작된다. 조금 더 올라가니 표석하나가 길가에 아무런 해설판도 없이 방치돼 있다. <군량장>(軍糧場)이라 새겨져 있었다. 궁금증에 이런 저런 추리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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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용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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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량장 표석>

 

 곧이어 와선대(臥仙臺) 상가가 나왔다. 여기서 막걸리 한 사발을 물대신 마시며 산행 계획을 짰다. 설악산을 오르는 등반 코스는 약 4개가 있었다.

 첫 번째는 한계령에서 시작하여 대청봉에 오르는 6시간 코스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서북릉으로 올라 끝청을 거쳐 중청, 대청으로 오르는 이 코스는 오색 기점 코스와 함께 최단 시간에 대청봉을 오를 수 있는 코스다. 하지만 오색 기점 코스는 시종일관 가파른데다가 계단길이 많아 힘들고 지루한 반면, 한계령 기점 코스는 해발 약 950m의 고갯마루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대청봉까지 표고차가 700여m 밖에 나지 않아 일단 서북릉에만 올라서면 이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산행을 마칠 수 있다. 게다가 설악산에서 가장 장쾌한 능선으로 꼽히는 서북릉을 타고 내외설악을 한 눈에 바라보며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한계령휴게소→서북주능 갈림길(2:30분)→끝청(2:30분)→중청(40분)→대청 (20분)

 두 번째는 공룡능선 코스이다. 오색, 한계령에서 시작하여 희운각 대피소를 경유하여 공룡능선으로 가거나, 소공원에서 시작하여 비선대와 금강굴, 마등령, 나한봉에서 공룡능선으로 가는 경우와, 소공원에서 비선대, 천불동계곡을 거쳐 희운각 대피소에서 공룡능선을 타는 경우 등이 있다.

 공룡능선은 무엇보다 내·외설악을 가르는 역할을 하는 능선답게 설악의 진면목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능선이다. 나한봉, 1275봉, 신선대 등 능선 날등에 솟아오른 기암괴봉 뿐만아니라 공룡릉과 화채능선에서 천불동을 향해 내리닫는 수많은 암릉들, 그리고 서북릉 같은 장쾌한 능선과 용아장성 같은 아름다운 침봉 능선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능선이다. 게다가 마등령에서 희운각대피소로 향하는 사이에 대청봉이 시종일관 시야를 벗어나지 않아 등산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이곳은 입산금지 기간이라 들어갈 수 없다.

*소공원→비선대(3.0km)→금강문(5.5km)→마등령→오세암 갈림길→1275봉→희운각대피소→양폭대피소→비선대→소공원(거리:20.7km정도)

 세 번째는 소공원에서 마등령을 넘어 오세암, 백담사로 가는 경우이다.

 *소공원→비선대→금강문→마등령→오세암→백담사→용대리

 네 번째는 소공원에서 비선대-희운각대피소, 대청봉, 소청봉을 거쳐 봉정암, 오세암, 영시암을 거쳐 백담사, 용대리로 가는 가장 긴 코스이다.  *소공원→비선대(3.0km)→천불동계곡→희운각대피소→소청봉, 대청봉→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사→용대리

 우리는 가장 긴 코스인 마지막 네 번째 코스를 택했다. 10시에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졸라매고 출발했다. 오르는 길 저 멀리 그름 속에 가린 권금성과 대청봉 쪽을 바라보며 챙겨간 자료집의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선생이 지은 설악산 시 하나를 보았다.

 

窮山秋已老 : 깊은 산에 가을이 저무니

天濶淨雲陰 : 하늘은 넓고 구름은 맑네

海嶽牽人意 : 산과 바다가 사람 마음을 끌어

晨頭度石林 : 새벽에 석림을 지나가게 하도다

聞說東都勝 : 듣기에 동도의 승경은

名山最雪岡 : 설악이 최고의 명산이라

遠侍春風席 : 멀리서 선생을 모시고

深來絶峽疆 : 산골 깊숙이 찾아왔도다

*출전:<면암선생문집(勉菴先生文集) 부록(附錄) 제1권>.

*崔益鉉(1833.12.5~1906.11.17) : 경주인(慶州人). 호는 면암(勉庵). 자는 찬겸(贊謙), 경기 포천(抱川) 출생. 조선 후기의 지사. 1868년 경복궁 중건과 당백전 발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흥선대원군의 실정(失政)을 상소하자 관직을 삭탈당했다. 이후 일본과의 통상조약과 단발령에 격렬하게 반대하였고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이에 반대하여 항일 의병운동을 전개하다가 체포되어 쓰시마섬에 유배되었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상했고(1962) 저서로 《면암집(勉庵集)》이 있다.

 

 면암이 18세 때인 1850년 9월, 공경하는 한 분을 모시고 설악산(雪嶽山)을 오르며 지은 시이다. 면암선생이 동도(東都)의 승경(勝景)이라고 예찬(禮讚)하며 찾았던 그 설악산을 나도 지금 걷고 있는 것이다. 무거운 배낭이 등에 있건만 마음은 가볍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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