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사(金學士)창(敞)에게 병서(幷序)경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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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회 작성일10-02-09 14:02 조회2,324회 댓글1건본문
동국이상국후집 제7권
고율시(古律詩) 97수
김 학사(金學士) 창(敝) 에게 병서(幷序) 경자년
나는 들으니, 유문(儒門)의 선현들이 십이도(十二徒)를 만들어 도(徒)마다 재(齋)를 설치하고 그 문도가 많건 적건 간에 늘 여름에 한 차례씩 모여 과업(課業)을 익히며 그 명칭을 하천도회(夏天都會)라 하였다 하는데, 요즈음에는 국가가 다난하기 때문에 이 풍습이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지금 나의 재에서 하과(夏課)를 이루게 되었다 하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다른 재에서는 비록 이와 같이 못한다 하더라도 이는 곧 유풍(儒風)이 다시 일어날 조짐이라, 다른 재도 이 때문에 흥기될 것이니 다시 무엇을 걱정하랴. 이는 모두가 상서학사(尙書學士)가 지도하고 이끈 덕택이다. 이 어찌 경사가 아니랴. 삼가 고시(古詩)를 지어 보내노라.
새 서울을 선택한 지 이제 몇 해던가 / 自卜新京今幾年
우리들의 옛 법도 떨어지는 위기였네 / 吾徒舊範危墜地
내 죽지 않고 남은 목숨 보전하여 / 賴予不死餘喘存
학자들 모여들어 하과함을 듣게 됐네 / 得聞夏課群學子
알겠노라 많고 많은 그 서생들 / 遙知林林白面生
공자님 영전에 배례하리 / 夫子影前成拜起
흐르는 시냇물이 끊임없는 / 有川能似歸法無
기수에 멱감는 관동들을 보는 듯 / 想見冠童浴沂水
장맛비가 오랫동안 지리하게 내리다가 / 有如霖雨彌數旬
갠 하늘 햇빛을 보는 것 같고 / 忽見晴陽出明媚
좋은 곡식 싹이 거의 말라죽다가 / 又如嘉穀垂欲枯
하루아침 비에 젖어 소생하듯 / 一朝沐雨得生意
생각하니 이 모두 그대의 노력이라 / 細思此是君之力
감격하고 기쁜 맘에 눈물 흐르네 / 感古喜今還抆淚
내 이미 잇달아 삼사를 거쳤는데 / 我今已歷三事聯
그대 또한 다행히 승상에 올랐구려 / 子亦幸登丞相位
근원을 따진다면 이것이 바로 근본이라 / 原其所自此其根
근원이 허술하면 어느 곳에 의지하랴 / 根若不牢安所恃
그대 몸 이에 더 중할 수 없거니 / 君知體莫重於斯
공경과 진신들이 여기서 배출되네 / 公卿縉神多出是
고을엔 학교 있고 사가엔 서당이라 / 鄕猶有校家有塾
서울에 어찌하여 이것이 없을쏘냐 / 況可國中無是事
성인하는 마음 힘쓰길 또 다시 권하노니 / 勸公更礪成人心
후생 격려함을 조금도 게을리 말게 / 激起後生毋少弛
내 이때 이미 죽었다 하더라도 / 我於此時雖就木
지하에서 오히려 춤추며 기뻐하리 / 地下猶能抃舞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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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D-001]십이도(十二徒) : 십이공도(十二公徒)라고도 하는데, 고려 문종 이후 개경(開京)에 있었던 12사학(私學)의 생도(生徒)를 총칭한 것. 당시 최충(崔冲)의 구재(九齋)를 모방하여 11인의 유신(儒臣)들이 학교를 열어 제자를 가르쳤는데, 11인의 도(徒)에 최충의 도를 합하여 십이공도라 불렀다. 십이도는, 최충의 문헌공도(文憲公徒), 정배걸(鄭倍傑)의 홍문공도(弘文公徒), 노단(盧旦)의 광헌공도(匡憲公徒), 김상빈(金尙賓)의 남산공도(南山公徒), 김무체(金無滯)의 서원도(西園徒), 은정(殷鼎)의 문충공도(文忠公徒), 김의진(金義珍)의 양신공도(良愼公徒), 황영(黃瑩)의 정경공도(貞敬公徒), 유감(柳監)의 충평공도(忠平公徒), 문정(文正)의 정헌공도(貞憲公徒), 서석(徐碩)의 서시랑도(徐侍郞徒), 실명씨(失名氏)의 귀산도(龜山徒)를 말한다.
[주D-002]기수(沂水)에……보는 듯 : 고상한 뜻을 품고 한가로이 유람함을 말한다. 《논어(論語)》선진(先進)에 “공자(孔子)가 그 제자인 자로(子路)ㆍ증석(曾晳)ㆍ염유(冉有)ㆍ공서화(公西華)와 함께 있다가 각각 그 바라는 뜻을 묻자, 증점(曾點 증석)은 ‘늦은 봄에 봄옷이 이미 이루어졌으면, 관(冠)을 쓴 어른 5~6명과 함께 동자(童子) 6~7인을 데리고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다 시를 읊조리며 돌아오겠다.’ 하니, 공자가 감탄하면서 ‘나는 증점을 따르겠다.’ 하였다.” 한다.
[주D-003]삼사(三事) : 삼공(三公). 곧 고려 때 정1품인 태위(太尉)ㆍ사공(司空)ㆍ사도(司徒)를 일컫는다.
댓글목록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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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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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이규보와 창 선조님과의 다정한 교류, 당시의 유학을 장려하려는 당대 선비들의 마음을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정리하여 시로 쓴 7언배율의 시도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