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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내가 가장 먼저 세배드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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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우 작성일02-02-15 19:11 조회1,6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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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wrote:



: 내가 설날에 맨 처음 세배하는 사람



:

: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찾아와 차례를 마치고 온가족이



:

: 모여 앉아 세배를 한다.



:

: 온 가족이래야 겨우(?) 여덟명 밖에 안 되지만,



:

: 우리 가족은 뜻 깊은 세배가 시작된다.



:



:

: 내가 가장 먼저 세배를 한다.



:

: 누구에게 하느냐고?



:

: 내가 가장 먼저 세배하는 사람은 바로 내 안식구이다.



:

: 물론 서로 맞절은 한다.



:

: "올해 한해 기쁜 일만 있으시기를 바라오"



:

: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열심히, 그리고

: 보람차게 보내시기를 기원할께요"



:

: 우리는 이렇게 서로 덕담은 나누고 나란히 선다.



:

: 내 오른쪽엔 내자가 서고 나는 안식구 왼쪽에 서서



:

: 오직 한 분뿐인 어머니께 둘이 함께 세배를 올린다.



:

: "어머니 올해도 작년만큼만 건강하세요, 이건 작지만

: 세배돈으로 쓰세요."



:

: "어머님 한해 동안 온 식구 걱정하시느라 더 늙으신 것

: 같아요, 올해는 근심없는 한해가 되시기 바랄께요."



:

: 어머니는 미리 준비하신 봉투를 내게,그리고 며느리에게 주시며



:

: "애비는 올해 건강 조심하고... 그리고 가족 모두 무탈한 것

: 이 제일이야, 에미도 올해 복 많이 짓길 축수한다."



:

: 어머니가 주신 봉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 --애비야 근강이 질이야, 넌 가장이니가

: 에미가 씀



:

: --어멈아 만은 자식 끼우느라 고생하는거 내 다 안다

: 시어멈이..



:

: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맞춤법 틀린 이 봉투를

: 매년 모아 두고 있다.

: 이 다음에 우리 자식에게도 이렇게 해야지 하면서..



:



:

: 다음은 우리 내외가 앉아서 우리 자식들의 세배를 받는다.



:

: 막내가 "할머니한테 먼저 해야지!"



:

: 할머니께서"아니야, 부모한테 먼저 하는 것이란다."



:

: "아직 출가 전이니 모두 한꺼번에 하거라"



:

: 나는 행복하게도 자식이 다섯이나 된다.



:

: 뿌듯한 마음으로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준다.



:

: 스물여덟인 큰애나 열두살인 막내도 모두 똑 같은 금액으로준다.



:

: 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

: 다음에 다섯녀석들이 할머님께 세배를 드린다.



:

: 큰애들 둘은 봉투를 내밀면서



:

: "할머니, 올해도 건강하세요, 그래야 두부전골 또 많이 먹지요.. "



:

: "그래라, 두부 만들어 주는게 뭬 어렵겠니?

: 너희도 올해 건강하고... 시집갈 궁리 좀 하거라...

: 늦으면 부모 속 상한다. 알았니?"



:

: 다음은 조그맣게 포장된 선물은 드린면서



:

: 작은 녀석들이 할머니께 세배를 드린다.



:

: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그래, 장묵이는 올해 중학교에 가는구나,

: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거라.

: 홍묵이도 태권도 열심히 하고..."



:

: 할머니는 흐뭇하신 표정으로 다섯 손자에게



:

: 일일이 봉투를 주신다.



:

: "난 안 주셔도 되는데..." 큰놈의 말이다.



:

: "자 이제는 너희 오남매가 둥굴게 서로 마주 보고서서

: 함께 세배를 하거라. 서로 맞절을 하는 거란다.

: 너희는 같은 항렬에 2촌간이란다.

: 누나가 시집가면 그 때 부터는 시집간 누나에게는 따로 해야 한다.

: 세배 시작.."



:

: 내 말에 다섯놈들은 서로에게 세배를 한다.



:

: "야, 이건 큰 누나가 주는 세뱃돈이다.

: 민이, 너 올해는 언니 말 좀 잘 들어!

: 솔내는 착하니까 할 말 없고,

: 솔람이, 동생에게 짜증 내지 말 것,

: 솔봉이 , 형에게 대들지 말 것, 알았지!"



:

: "큰 누나 세뱃돈 얼마예요? 나는 막내니까 더 줘야해요"

: "무슨 소리야, 내가 큰 동생이니까 나에게 많이 주셔야지"

: "나이대로 주는 거 아냐?"

: 저희들끼리 낄낄거리면서 농을 한다.



:

: "자 어서 준비하고 할아버지 산소에도 세배 가야지

: 길 막히면 애비만 고생한다. 어서 어서 서둘러라."



:

: 이렇게 우리집 세배는 끝난다.



:



:

: 김영환 solnae@empal.com



:



: 참으로 남보기 좋은 화목한 가정이십니다. 언제나 그렇게 건강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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