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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먼저 세배드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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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작성일02-02-15 18:36 조회1,6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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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날에 맨 처음 세배하는 사람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찾아와 차례를 마치고 온가족이



모여 앉아 세배를 한다.



온 가족이래야 겨우(?) 여덟명 밖에 안 되지만,



우리 가족은 뜻 깊은 세배가 시작된다.





내가 가장 먼저 세배를 한다.



누구에게 하느냐고?



내가 가장 먼저 세배하는 사람은 바로 내 안식구이다.



물론 서로 맞절은 한다.



"올해 한해 기쁜 일만 있으시기를 바라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열심히, 그리고

보람차게 보내시기를 기원할께요"



우리는 이렇게 서로 덕담은 나누고 나란히 선다.



내 오른쪽엔 내자가 서고 나는 안식구 왼쪽에 서서



오직 한 분뿐인 어머니께 둘이 함께 세배를 올린다.



"어머니 올해도 작년만큼만 건강하세요, 이건 작지만

세배돈으로 쓰세요."



"어머님 한해 동안 온 식구 걱정하시느라 더 늙으신 것

같아요, 올해는 근심없는 한해가 되시기 바랄께요."



어머니는 미리 준비하신 봉투를 내게,그리고 며느리에게 주시며



"애비는 올해 건강 조심하고... 그리고 가족 모두 무탈한 것

이 제일이야, 에미도 올해 복 많이 짓길 축수한다."



어머니가 주신 봉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애비야 근강이 질이야, 넌 가장이니가

에미가 씀



--어멈아 만은 자식 끼우느라 고생하는거 내 다 안다

시어멈이..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맞춤법 틀린 이 봉투를

매년 모아 두고 있다.

이 다음에 우리 자식에게도 이렇게 해야지 하면서..





다음은 우리 내외가 앉아서 우리 자식들의 세배를 받는다.



막내가 "할머니한테 먼저 해야지!"



할머니께서"아니야, 부모한테 먼저 하는 것이란다."



"아직 출가 전이니 모두 한꺼번에 하거라"



나는 행복하게도 자식이 다섯이나 된다.



뿌듯한 마음으로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준다.



스물여덟인 큰애나 열두살인 막내도 모두 똑 같은 금액으로준다.



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다음에 다섯녀석들이 할머님께 세배를 드린다.



큰애들 둘은 봉투를 내밀면서



"할머니, 올해도 건강하세요, 그래야 두부전골 또 많이 먹지요.. "



"그래라, 두부 만들어 주는게 뭬 어렵겠니?

너희도 올해 건강하고... 시집갈 궁리 좀 하거라...

늦으면 부모 속 상한다. 알았니?"



다음은 조그맣게 포장된 선물은 드린면서



작은 녀석들이 할머니께 세배를 드린다.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장묵이는 올해 중학교에 가는구나,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거라.

홍묵이도 태권도 열심히 하고..."



할머니는 흐뭇하신 표정으로 다섯 손자에게



일일이 봉투를 주신다.



"난 안 주셔도 되는데..." 큰놈의 말이다.



"자 이제는 너희 오남매가 둥굴게 서로 마주 보고서서

함께 세배를 하거라. 서로 맞절을 하는 거란다.

너희는 같은 항렬에 2촌간이란다.

누나가 시집가면 그 때 부터는 시집간 누나에게는 따로 해야 한다.

세배 시작.."



내 말에 다섯놈들은 서로에게 세배를 한다.



"야, 이건 큰 누나가 주는 세뱃돈이다.

민이, 너 올해는 언니 말 좀 잘 들어!

솔내는 착하니까 할 말 없고,

솔람이, 동생에게 짜증 내지 말 것,

솔봉이 , 형에게 대들지 말 것, 알았지!"



"큰 누나 세뱃돈 얼마예요? 나는 막내니까 더 줘야해요"

"무슨 소리야, 내가 큰 동생이니까 나에게 많이 주셔야지"

"나이대로 주는 거 아냐?"

저희들끼리 낄낄거리면서 농을 한다.



"자 어서 준비하고 할아버지 산소에도 세배 가야지

길 막히면 애비만 고생한다. 어서 어서 서둘러라."



이렇게 우리집 세배는 끝난다.





김영환 solna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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