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게시판

쌍계재기(雙溪齋記) -서거정(徐居正)-원문/국역

페이지 정보

김영환 작성일14-10-31 15:15 조회2,356회 댓글0건

본문

쌍계재기(雙溪齋記) -서거정(徐居正)
 
士君子之生斯世也。一出一處。所居之地不同。則其所樂。亦與之不同矣。盖高人貞士。處幽閑寂寞之瀕。抗志埃溘之外。其所自適者。不於山水而何哉。若夫名宦富貴於當世者。出則珪組簪笏。入則崇堂廈宇。聲色駒馬之蕩其心。禽鳥花卉之悅乎目。又何暇於丘壑哉。此所謂林泉朝市之相阻。造物予奪之不齊。而人不得兼有者也。間或有兼而有者。何哉。豈非天之所畀者厚。而人之所得者專耶。
吾同年上洛金侯。早擢巍科。踐歷臺閣。長憲司。亞六部。其顯隆已極。然雅性冲澹。嘗扁讌居之室曰琴軒。鑿池蒔蓮。左右花竹。日巾屨嘯詠於其中。不知皐壤之爲山林。山林之皐壤者矣。一日。又卜勝地於華峯下。景與心會。構齋數楹。爲退食委蛇之所。齋之尤勝曰雙溪。其東源。自山麓㶁㶁然奔崖漱石而下。澄徹綠淨。可掬而不可唾。闢其傍。樹以紅碧三色桃。當春爛發。霞蒸霧滃。落花流水。完非人間世矣。當暑蔭淸。樾坐危石。飛觴沈果。爽煩襟而雪滯思。洒然有出塵之想矣。
其西源。亦自山麓鳴琴戛玉而瀉。泓然黝然。爲塘爲沼。種以芙蕖。則紅香綠影。映帶左右。淨可友也。芬可挹也。引流灌園。則黃畦綠塍。嘉蔬異殽。可擷可茹。不一而足。予嘗觀公卿大夫。飫膏梁。厭紈綺。思得泉石之勝。涉遐荒。抵奧僻。求之不得。雖得之。亦不跬步可致。安能隨意自適哉。今侯得琴軒之趣於前。得雙溪之樂於後。得人所不得。兼人所不兼。得非天之畀於侯者獨厚耶。
吾於雙溪。抑有說焉。雙者。非一之謂。非一則二。二則有陰陽奇耦之象。溪必有源流。源流者。本求之謂也。大易曰。山下出泉。蒙。其始也源於一。分而爲支流。爲澗溪。爲江海。此所謂一生二者也。一本萬殊者也。吾夫子在川上。有逝者之嘆。孟軻氏有源泉混混。不舍晝夜之說。苟得聖賢過往來續之旨。盈科後進之訓。從事於斯。遡流求源。循序而漸進。則學者下學上達之功。君子果行育德之能事畢矣。雖中和位育之功。亦不外此也。倘或膏肓山水。嘲弄風月。玩物以喪志。則非吾之望於侯也。侯其念哉。辛丑重陽節。
 
사군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는 한 번은 벼슬길에 나섰다가도 한 번은 물러나는 법이다. 거처하는 곳의 지역이 같지 않으니, 곧 그 즐기는 바가 또한 그와 더불어 같지 않을 것이다. 대개 고결한 사람과 곧은 선비는 고요하고 한가하며 적막한 물가에 거처하니, 뜻을 막고 먼지가 갑자기 이는 바깥에서, 그 스스로 가는 바의 곳이 산과 물이 있는 곳이 아니라면 어디이겠는가? 만약 대저 당시 세상에서 이름난 벼슬을 하거나 부귀한 자들은 나가면 서옥으로 비녀와 홀을 만들어 꽂고 차고, 들어오면 높은 마루와 문간방과 처마 등에 거처하며, 음악과 여색과 망아지와 말이 그 마음을 방탕하게 하고, 날짐승과 꽃과 풀이 눈을 기쁘게 하니, 또 어찌 언덕과 골짜기에 갈 겨를이나 있겠는가? 이는 이른바 숲과 샘이 조정(朝廷) 및 시정(市井)과 서로 떨어져 있고, 조물주의 주는 것과 빼앗는 것이 가지런하지 못하여, 사람이 겸하여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간혹 겸하여 가진 자가 있는 데 어찌된 것인가? 어찌 하늘이 주는 바의 것이 두터워 사람이 얻는 바의 것이 독차지된 것이 아니겠는가?
나와 동년배인 상락(上洛) 김 후는 어려서 외과에 발탁되어, 사헌부와 사간원, 장헌사, 아육부 등을 널리 돌아다녀 그 높음을 나타낸 것이 이미 지극하였다. 그러나 맑은 성품이 화하고 담박하여. 일찍이 편액에 거처하는 방을 일러 말하기를 금헌(琴軒: 거문고 집)이라 하고는, 못을 파 연꽃을 심고, 꽃과 대나무를 좌우에 두고는, 날마다 망건을 쓰고 짚신을 신고 그 가운데에서 시가를 읊으니, 늪지가 산림이 된 것인지 산림이 늪지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하루는 또 꽃봉오리 아래에 있는 복승지는 경치와 마음이 모이는 곳을, 서재의 몇 개의 기둥을 얽어서, 물린 밥을 뱀에게 맡기는 장소를 만들고는, 서재를 더욱 훌륭하게 일러 쌍계(雙溪)라 하였다. 그 동쪽 수원은 산기슭으로부터 물이 갈라져 나가는 모양으로 물가를 달려 돌을 씻으며 아래로 흐르고, 맑디맑고 푸르스름하도록 깨끗하니, 손바닥으로 움킬 수는 있으나 침을 뱉을 수는 없었다. 그 곁을 열어, 붉고 푸른 삼색 복숭아나무로써 심으니, 봄이 되면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활짝 피어, 노을이 물들고 안개가 피어오르면,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의 경치에 완전히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 여름이 되면 녹음이 선명하여, 나무그늘 아래 높은 돌에 앉아, 술잔을 날리듯이 돌리고 과일을 물에 담가 놓고, 번거로운 옷깃을 열어 시원스럽게 하여 막힌 생각을 씻어내면, 상쾌하게도 속세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 서쪽 수원은 또한 산기슭으로부터 거문고를 울리고 옥을 두드리는 소리를 내며 쏟아지니, 물이 깊고 검푸르며, 연못도 되고 늪도 되니, 연꽃으로써 심으면 붉은 향기와 푸른 그림자가 생기고, 비친 띠가 좌우로 있으니, 깨끗하기가 벗할 만하며, 향내 나는 것이 뜰 수 있을 정도이다. 흐르는 물을 끌어 당겨 동산에 물을 대면 누런 밭두둑은 푸르른 밭두둑이 되고, 아름다운 채소가 기이하게 섞이어, 딸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으니. 하나가 아니어서 넉넉하다, 내 일찍이 공경대부를 살펴보면, 기름진 고기와 좋은 고기를 실컷 배불리 먹고, 곱고 값진 옷에도 싫증을 내며, 생각은 샘과 돌의 자연의 경치의 뛰어남을 얻을 수 있으나, 먼 변방을 걸어서 돌아다니고, 깊숙한 벽지에 이르는 그것을 구하는 것은 얻을 수가 없으니, 비록 그것을 얻는다 하더라도 또한 반걸음으로는 이를 수가 없으니, 어찌 뜻대로 스스로 갈 수가 있겠는가? 이제 김 후는 앞에서 금헌의 뜻을 얻고, 뒤에서 쌍계의 즐거움을 얻었으며, 남들이 얻지 못할 바를 얻어, 남들이 겸하지 못할 것을 겸하였으니, 하늘이 김 후에게 주는 것이 유독 후하지 아니한가?
내 쌍계에 대해 문득 말할 것이 있다.
쌍이란 것은 하나가 아님을 이르는 것으로, 하나가 아니면 둘이니, 둘이면 음양과 홀짝의 모양이 있으니, 시내는 반드시 수원의 흐름이 있고, 수원의 흐름이란 것은 본디 그것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대역경(大易經)에 말하였다. “산 밑에서 샘이 나오는 것이 몽괘이다. 그 처음에는 하나에 근원하고, 나누어져 지류가 되고, 산골 물과 시내가 되고, 강과 바다가 된다. 이것이 이른바 하나가 둘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하나는 본디 수많은 다른 것이다.”
우리 공자께서는 냇가에 계시면서 가는 것에 대한 탄식을 하신 적이 계셨고, 맹자께서도 근원의 샘은 섞이고 섞이면서 밤낮으로 쉬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계셨다.
진실로 성현의 지나가는 것은 와서 이어진다는 뜻과 웅덩이를 채운 뒤에 나아간다는 가르침을 얻어, 이에 종사하고, 흐름을 거슬러 근원을 구하고, 차례를 좇아 점차로 나아간다면, 배우는 자는 아래를 배워 위에 도달하는 공을, 군자는 행동을 과감히 하고 덕을 기르는 능함을 일삼음이 마쳐질 것이다. 비록 중용과 화함과 지위와 기름의 공이라 하더라도 또한 이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만일 혹 산과 물에 대한 사랑이 고황에 병이 든다던가,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조롱한다던가, 사물을 희롱하여 써 뜻을 잃는다면, 내가 김 후에게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김 후는 그 마음에 두어야 할 것이로다!
 
신축년(1481년) 중양절(음력 9월 9일)
 
*서거정[徐居正] <인명> 조선 전기의 학자(1420~1488). 자는 강중(剛中). 호는 사가정(四佳亭). 성리학을 비롯하여 천문·지리·의약 따위에 정통하였고, 문장과 글씨에도 능하여 《경국대전》, 《동국통감》 따위의 편찬에 참여하였다. 저서에 《동인시화》, 《동문선》, 《필원잡기》 따위가 있다.
 
*士君子[사군자] 덕행이 높고 학문이 뛰어난 사람.*高人[고인] 벼슬자리에 오르지 아니하고 고결하게 사는 사람.*貞士[정사] 지조가 곧은 선비.*抗 막을 항. *埃 티끌 애. 먼지 애.*溘 갑자기 합. 문득 합.*簪笏[잠홀] 벼슬아치가 관(冠)에 꽂던 비녀와 손에 쥐던 홀(笏)을 아울러 이르는 말. *廈 큰 집 하.*聲色[성색] 1 말소리와 얼굴빛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성기(聲氣). 2 음악과 여색(女色)을 아울러 이르는 말.*蕩 방탕할 탕.*阻 떨어질 조.*畀 줄 비.
*巍 높고 클 외.*臺閣[대각] <역사> 조선 시대에, 사헌부와 사간원을 통틀어 이르던 말. 여기에 홍문관 또는 규장각을 더하기도 한다.*沖澹[충담] 성미가 조촐하고 깨끗함.*扁 현판 편. 편액 편.*讌 이야기할 연.*鑿 팔 착.*蒔 심을 시.*屨 짚신 구.*嘯詠[소영] =吟詠[음영] 시가(詩歌) 따위를 읊음. ≒영음(詠吟)·음아(吟哦)·음풍(吟諷).*皐 못 고. 늪 고.*楹 기둥 영.
*㶁㶁[괵괵] 물 갈라져 나갈 괵.*漱 씻을 수.*澄澈[징철]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끝없이 맑음.*掬 움킬 국.*唾 침 뱉을 타.*爛發[난발] 꽃이 흐드러지게 한창 핌.*滃 구름 일 옹. 용솟음칠 옹.*樾 나무그늘 월.*洒然[쇄연] =灑落/洒落[쇄락] 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함.
*出塵[출진] <불교> 마음을 어지럽히는 번뇌에서 벗어남.*戛 두드릴 알. 부딪치는 소리 알.*泓 깊을 홍.*黝 검푸를 유.*芙 연꽃 부. 부용 부,*蕖 부거(연꽃) 거.*挹 뜰 읍.*畦 밭두둑 휴.*塍 밭두둑 승.*殽 섞일 효.*擷 딸 힐.*茹 먹을 여.*膏粱[고량] =膏粱珍味[고량진미] 기름진 고기와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紈 흰 비단 환.*綺 무늬가 놓인 비단 기.*綺紈[기환] 고운 비단. 또는 곱고 값진 옷.*泉石[천석] =水石[수석] 물과 돌로 이루어진 자연의 경치.*荒 변방 황.*抵 이를 저. 다다를 저.*跬步[규보] 반걸음 또는 반걸음 정도의 가까운 거리.*蒙 몽괘(蒙卦) 몽.*科 웅덩이 과.*倘 만일 당. 혹시 당.*泉石膏肓[천석고황] =煙霞痼疾[연하고질]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몹시 사랑하고 즐기는 성벽(性癖). ≒연하지벽(煙霞之癖).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