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렬자[行列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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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회 작성일14-04-18 11:56 조회3,159회 댓글0건본문
항렬자(行列字)
두루 알다시피 항렬(行列)이란 낱말은, “같은 혈족 안에서의 위계나 대수(代數)관계”를 뜻할 때는 ‘행렬’로 읽지 않고,
‘항렬’로 읽는다. 항(行)이랄 글자가 ‘늘어선 대오’를 뜻할 때는 ‘행’이 아니라, ‘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성씨의 친족 가운데, 어느 누가 형제,사촌, 육촌처럼 같은 항렬에 있을 때를 동항(同行)이라 하고, 아버지
항렬일 때는 숙항(叔行), 할아버지 항렬인 때는 조항(祖行), 아들 항렬일 땐 질항(姪行), 손자 항렬일 땐 손항(孫行)이라
말한다. 이 항렬을 이름에 나타낸 것이 항렬자이다. 흔히 돌림자라고 부른다.
같은 글자나 부수로써 같은 대(代)에 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일정한 조상(始祖)을 기준으로 그 대수 마다 다른 항렬자를
표시함으로써 친족관계의 멀고 가까운 사이와 위아래의 서열을 구분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항렬자 사용은 고려 때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나 고려 때는 일부 명문거족에 그쳤으며, 그 범위도 4촌을 넘지 못한
걸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족보를 자랑하는 문화류씨의 경우를 예로 들면, 항렬자 사용은 18세기까지만 해도 18촌을 넘지
못했으며, 이후 32촌까지 확대되었다가 19세기 후반에야 전체 종원이 사용하는 이른바 대동(大同) 항렬자가 생겨났다고 연구
결과는 말하고 있다.
항렬자는 그 씨족의 족보 서두에 명기해 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글자를 정함에 있어서, 각 문중 마다 양상이 다르긴 해도
일정한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렬자 짓기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오행(五行)에 따르는 것이다. 즉,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가 들어간 글자를 뽑아 정하며,
그 상생(相生)의 순서대로 아래로 내려간다.
을유광복 후에 성균관 정문 글씨를 쓴 이시영(李始榮) 전 부통령은 경주이씨인데, 항렬자는 영(榮)이다. 화(火)가 들어간 글자다.
이 분의 아들 항렬자는 토(土)가 들어간 규(圭)이며, 이름의 앞 글자이다. 손자 항렬자는, 금(金)이 들어간 종(鍾)자이다.
정치인 이종찬(李鍾贊), 이종걸(李鍾杰) 등이 이 분의 손항(孫行)이다.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이니 위 아래가 상생관계다.
김경수(金敬洙) 전 성균관대학교 총장, 성균관장은 광산김씨이다. 항렬자는 수(洙)자 인데, 수(水)가 아닌 목(木)으로 오행을
봐야겠다. 질항은 용(容)으로서 화(火)가 들어갔는데 이름의 앞 글자이다. 학자 김용옥(金容沃)이 이 항렬이다.
손항은 중(中)인데, 이름의 뒷 글자이다. 이는 토(土)라는 글자가 들어간 게 아니라, 중(中)이 방위(方位) 가운데 토(土)를 뜻
하므로 이 글자를 택한 것이다.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이 문중 사람이다. 그 아래 항렬은 선(善)자이니, 이 글자엔
금(金)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명성황후의 아버지는 여흥민씨 민치록(閔致祿)이다. 치(致)에 토(土)가 있으므로 황후의 항렬자엔 금(金)이 있어야 한다. 즉
황후의 항렬자는 호(鎬)이며 이름 뒷 글자이다. 민승호, 민겸호, 민태호 등 당시 척신들이 같은 항렬인 것이다. 명성황후도
‘정호’라는 항렬자가 들어간 이름을 썼다는 설이 있다. 황후의 아래 항렬에 쓰는 자는 영(泳)자이니 수(水)자가 들어가 있다.
충정공 민영환(閔泳煥)이 황후의 조카이다.
금목수화토 다음으로 항렬자에 잘 들어가는 글자는 갑을병정...(甲乙丙丁...), 일이삼사...(一二三四...),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등이 있는데, 때때로 위 광김의 중(中)자 마냥 상징적인 글자로 항렬자를 삼기도 한다. 이 돌아가는 순서가 끝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항렬자를 정하되 조상이 쓴 항렬자를 피해가는 것이 원칙이다.
위에 예를 든 것 처럼, 항렬자는 항렬이 내려가면서 대개 이름의 앞 뒤로 옮겨가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즉 뒷자로써만 이어
가기도 한다.
성균관 박사를 지낸 역사학자이자 독립지사인 신채호(申采浩) 선생의 고령신씨가 이 같은 경우이다. 이 분은 호(浩)가 항렬자이다.
이 분의 숙항은 식(植)이고, 조항은 우(雨)이다. 우, 식, 호, 이 항렬자가 모두 이름 끝에 있다.
충무공 이순신은 본관이 덕수(德水)인데, 그 아들과 조카들의 이름에, 모두 초두(艸)로써 항렬자를 삼았으며, 한 글자로 하였다.
아들 이회(李薈), 이면(李葂), 조카 이완(李莞)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그 자신의 이름 순신(舜臣)은, 형제들의 이름인 희신(羲臣), 요신(堯臣), 우신(禹臣)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신(臣)자로 돌림자를 삼으면서, 복희씨,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 등 중국의 이상적인 임금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아무튼, 갈수록 항렬자 쓰는 경향이 약해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핵가족이 늘어나고 종원들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적어지면서 혈족 관념이 약화되었다는 사실과 관련된다. 최근 백년 이래 대동보(大同譜)가 일반화되고, 동성동본 단일
종친회가 많아졌지만 말이다.
너무 핏줄만을 따져서 오고 가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 인사를 나눌 때 항렬자로써 서로의 뿌리를 확인하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한자의 뜻을 살려 이름을 짓겠다면, 집안의 항렬자를 먼저 염두에 두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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