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찰 읽기 : 제(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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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작성일13-02-25 19:46 조회2,973회 댓글2건본문
간찰 읽기 : 제(第)
阮堂先生全集卷五 / 書牘
與草衣
一宿山中。若可以超諸有入三昧。第夢中妄說。多爲師輩見恠。能無山嘲林誚否。卽枉梵椷。可續未了之緣。且欣且頌。海師一味淸旺。結成情根。不可斷除也。俗人塵事。依舊相仍。無足爲累於梵聽也。珠串玆以奉呈。而原爲四十二顆。以應四十二章之數。二則見壞。可恨奈何。
초의에게 주다
산중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니 마치 제유(諸有)를 벗어나 삼매(三昧)의 경지로 들어선 것 같았소. 다만 꿈속의 잠꼬대가 많이도 사의 무리에게 괴이한 꼴을 보였으니 행여 산이 조롱하고 숲이 꾸지람하는 일이나 없었는지요. 바로 곧 범함(梵椷)을 받아보니 자못 못 마친 인연을 다시 잇는 듯하여 기쁨과 칭송이 어울리는구려.해사(海師)는 한결같이 맑고도 왕성한지요. 정근(情根)이 얽히고 맺히어 끊어 없애지도 아니 되외다.속인은 따분한 일들이 여전히 덮치고 덮치니 족히 범청(梵聽)에 누를 끼칠 게 없고말고요.주관(珠串 염주)은 이 편에 보내는데 원래는 마흔두 알로서 사십이장(四十二章)의 수에 응한 것이었으나 둘은 깨어져 없어졌으니 한스럽지만 어쩌겠소.
<출전> 고전번역총서 / 완당전집 제5권 / 서독(書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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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찰의 격식이 매우 엄격한 데에다 용어 또한 까다로워서 낱말 자체의 뜻이나 일반적인 문장처럼 해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찰에 쓰이는 ‘제(第)’는 <한훤차록> 같은 간찰서식집에서는 ‘제류(第類)’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해석할 때 ‘다만’, ‘그러나’의 뜻으로 풀이합니다. 일반 문장에서 ‘제(第)’는 ‘다만, 단지(但只)’라는 특수한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간찰의 제류(第類)로 쓰일 때 바로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때의 ‘제(第)’는 앞말의 내용을 전환하거나 심화하는 기능을 합니다. 물론 ‘제류(第類)’로 쓰이지 않을 때에는 문장 안에서의 쓰임새에 따라 해석해야겠지요.
댓글목록
김영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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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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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아하!! 간찰에서는 제의 뜻이 그런거군요...
감사합니다.
김윤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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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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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이 서찰은 초의선사에게서 먼저 서찰을 받고 보낸 답장입니다.
이 서찰에 쓰인 '범함(梵함)'은 완당 선생의 서찰에 비교적 자주 나타나는데요.
'梵'은 승려를 나타내는 낱말이고, '함'은 편지라는 뜻이니
'與草衣'라는 제목이 없더라도 서찰을 주고받은 상대가 승려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게다가 '함'자에 단지 '梵'자 한 글자만을 덧붙여서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뜻을 온전하게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