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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래의 허난설헌 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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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11-06-20 15:43 조회2,33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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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전 : <홍순래의 꿈으로 본 역사 (11)>-- 허난설헌의 요절을 예지한 몽중시

                                                                                       

<전략>

   허난설헌(許蘭雪軒)이 자신의 죽음을 예지하는 시를 꿈속에서 지었다는 특이한 몽중시(夢中詩) 이야기를 살펴본다.


   <夢遊廣桑山詩序>(몽유광상산시서)  

 碧海浸瑤海(벽해침요해)-푸른 바닷물은 옥같은 바다에 스며들고 

 靑鸞倚彩鳳(청란의채봉)-파란 난새가 아름다운 봉새와 어울렸네

 芙蓉三九朶(부용삼구타)-연꽃 스물 일곱 송이가 늘어져

 紅墮月霜寒(홍타월상한)-차가운 달빛 서리에 붉게 떨어졌네


  허난설헌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許楚姬(허초희: 1563. 명종18∼1589. 선조22)는 뛰어난 글재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인생을 살다가 27세에 요절한 바, 꿈속에서 이 시를 짓게 된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을유년(1585) 봄에 나는 상을 당해 외삼촌댁에 묵고 있었다. 하루는 꿈속에서 바다 가운데 있는 산에 올랐는데, 산이 온통 구슬과 옥으로 만들어졌다. 많은 봉우리들이 겹겹이 둘렀는데, 흰 구슬과 푸른 구슬이 반짝였다. 눈이 부셔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으며, 무지개 구름이 그 위에 서려 오색이 영롱했다. 구슬같은 폭포 두어 줄기가 벼랑의 바윗돌 사이로 쏟아져 내렸다. 서로 부딪치면서 옥을 굴리는 소리가 났다.

그 때 두 여인이 나타났다. 나이는 스물쯤 되어 보이고, 얼굴도 세상에 뛰어났다. 한 사람은 붉은 노을 옷을 입었고, 한 사람은 푸른 무지개 옷을 입었다. 손에는 금빛 호로병을 차고 나막신을 신었다. 사뿐사뿐 걸어와서 나에게 읍하였다.   

흐르는 시냇물 따라 올라갔더니 기이한 풀과 이상한 꽃이 여기저기에 피어있었다.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난새와 학과 공작과 물총새들이 좌우로 날면서 춤추었다. 온갖 향내가 나무 끝에서 풍겨나 향기로웠다. 드디어 꼭대기에 올라가보니, 동쪽과 남쪽은 큰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온통 파랬다. 그 위로 붉은 해가 솟아오르니, 해가 파도에 목욕하는 듯 했다. 봉우리 위에는 큰 연못이 맑았고, 연꽃 빛도 파랬다. 그 잎사귀가 커다랬는데, 서리를 맞아 반쯤은 시들어 있었다.  

두 여인이 말했다. 

 

 “여기는 廣桑山(광상산)입니다. 신선 세계 十洲(십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요. 그대에게 신선의 인연이 있기 때문에, 감히 이곳까지 온 거랍니다. 한 번 시를 지어서 기록하지 않으시렵니까?” 

 

 나는 사양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절구 한 수를 읊었다.

두 여인이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더니, “한 자 한 자 모두 신선의 글이다”고 했다. 그때 갑자기 하늘로부터 한 떨기 붉은 구름이 내리 떨어져 봉우리에 걸렸다. 북을 둥둥 치는 소리에 그만 꿈이 깨었다. 베개 맡에는 아직도 아지랑이 기운이 자욱했다.


 이 시는 꿈속의 신선의 세계에서  두 선녀를 만나서 시를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은 시로, 인위적으로 시를 짓는 활동이 아닌, 자신도 알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꿈속에서 시를 짓게 되는 夢中詩(몽중시) 창작행위가 이루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상징적인 미래 예지 꿈의 특징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꿈의 상징기법에 의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정신능력의 활동에서 빚어내는 꿈의 세계는 필요에 따라 가장 적절한 상징표상으로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한 예지를 보여주고 있다. 산신령이나 죽은 사람을 등장시키거나, 동물이 말을 하거나, 훔치거나 죽이는 행위 등 평상시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꿈속에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글을 아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꿈속에서 시를 짓는 몽중시의 형태로서, 구체적으로 몽중시에 담긴 시어의 상징의미로서, 장차 일어날 일을 예지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꿈을 꾼 사람에게 보다 강렬하게 각인시키고, 궁금증을 갖게 해 장차 다가올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댓글목록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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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여기서 홍순래선생은 시 2구에서 &lt;靑鸞倚彩鳳&gt;라 하여 끝자를 &lt;鸞&gt;이 아닌 &lt;鳳&gt;으로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