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곡 선조님 일화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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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10-01-19 12:24 조회1,880회 댓글0건본문
<백곡선조님에 대한 일화 모음집>
백곡 김득신 선조님의 일화를 한데 모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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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 1
김득신이 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장모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신방에 있는 책을 모두 치웠다.
아니나 다를까 첫날밤 신랑은 신부를 제쳐두고 방을 뒤지며 책을 찾았다. 경대 밑에서 백곡이 발견한 것은 책력(冊曆). 밤새도록 읽고 또 읽은 백곡은 날이 새자
“무슨 책이 이렇게 심심하냐”
고 말했다 한다.
일화2
김득신은 지혜가 부족하고 재주가 몹시 노둔했는데도 외워 읽기를 몹시 부지런히 했다. 독서록이 있었는데 천 번을 읽지 않은 것은 기록에 올리지도 않았다. 사마천의 <사기>중에<백이전>같은 것은1억1만3천 번을 읽기에 이르렀다. 뒤에 한번은 말을 타고 어떤 사람 집을 지나가는데, 책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말을 멈추고 한참 동안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글이 아주 익숙한데, 무슨 글인지 생각이 안나는구나."
하인이 올려보며
"부학자 재적극박(夫學者 載籍極博) 어쩌고 저쩌고는 나으리가 평생 맨날 읽으신 것이니 쇤네도 알겠습니다요. 나으리가 모르신단 말씀이십니까?"
김득신은 그제서야 1억1만3천번 읽었던 <백이전>인 것을 알았다.
하인도 지겹게 들어 줄줄 외우던 백이전이다.
일화3
그가 한식날 하인과 길을 가다가 5언시 한구절을 얻었다.
그 구절은 '마상봉한식'(말 위에서 한식을 만나니) 이었다.
그가 한참동안이나 대꾸를 찾지 못해 끙끙대자 하인이 이유를 물으니 대꾸를 못찾아 그런다 했더니
하인녀석이 대뜸 '도중속모춘'을 외치는 것이었다. 즉 '말위에서 한식을 만나니, 도중에 늦은 봄을 맞이하였네'로 그럴싸한 구절이 되었다.
깜짝 놀란 김득신이 말에서 내리더니,
"네 재주가 나보다 나으니, 이제부터 내가 네 말구종을 들겠다."
하니 하인 녀석이 씩 웃으며
"나으리가 날마다 외우시던 당시가 아닙니까?"
하였다. 김득신 왈,
"아 참 그렇지!"
일화4
한번은 그가 친구들과 압구정에 모여 시를 짓고 논 일이 있었다. 그는 하루 온종일 생각하다가 날이 저물 무렵,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오늘 겨우 두 구절을 얻었네만 아주 훌륭하다네"
하니 친구들이
"뭔가?"
하니
김득신 왈
"'삼산은 푸른 하늘 밖에 반쯤 떨어지고, 이수는 백로주에서 둘로 나뉘었네' 일세 멋지지 않은가?"
하니 친구들이 웃으며
"이게 그대의 시인가? 이것은 이백의 시 <봉황대>일세."
하니 김득신은 풀이 죽어 탄식하며,
"천년 전 적선이 나보다 먼저 얻었으니 석양에 붓 던지고 서루를 내려오네."
라고 하니, 듣던 친구들이 웃다가 쓰러졌다. 하도 많이 읽어 자신이 지은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이 정도이고 보면 독서광을 넘어 '책과 한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화5
김득신이 그의 친구 집에 머물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친구는 출타 중이었다. 그런데 친구 홍석기의 종이 솥을 들고 들어오길래 김득신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 종이 대답하기를
"빚 받을 집에서 뽑아 왔습니다."
김득신은 일말의 주저함이 없이 책을 거두어 돌어가려 하자 마침 홍석기가 들어오다 그 광경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두번 세번 묻자 그제서야 그 일을 말하였다. 홍석기가
"이것은 내가 모르는 일이다. 내 집에 과부가 된 누이가 있는데 혼자 한 일이다. 실로 내 잘못이 아니다"
라고 간곡히 사과하여 그제서야 그만 두었다.
일화6
득신은 친구 박장원과 서로 사흘 걸리는 거리에 살았는데 몇년전에 년월일을 정하여 서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마침 비바람이 크게 불고 날이 늦은지라 박장원은 김득신이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 과연 그가 이르렀다. 그 독실함이 이와 같았다.
일화7
김득신이 또 한 번은 '풍지조몽위(風枝조夢危)' 즉 '바람 부는 가지에 새의 꿈이 위태롭고'란 한 구절을 얻었다. 여러 해가 지나도록 알맞은 대구를 잇지 못했다. 하루는 새벽에 집안 제사를 지낼 때였다. 가을 밤이라 달이 밝고 이슬은 흰데 벌레소리가 뜨락에 가득했다. 막 제주(祭酒)를 올리려는데 갑자기 '노초충성습(露草蟲聲濕)' 곧 '이슬 젖은 풀입에 벌레소리 젖누나'란 구절이 떠올랐다. 앞서의 구절에 꼭 맞는 대구였다. 마침내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시를 읊조리더니만 잔을 높이 들어 자기가 마셔 버렸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비록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 해도 반드시 내 이 술 마신 것을 칭찬하셨을 게야."
일화8
김득신은 괴로이 읖조리는 벽(癖)이 있었다. 시에 몰두할 때면 턱수염을 배배 꼬며 형상조차 잊었다. 그의 아내가 어쩌나 보려고 점심상을 차리면서 상추쌈을 얹어놓고 양념장은 두지 않았다. 아내가 물었다.
"간이 싱겁지도 않아요?"
그가 말했다.
"응? 어쩌다 보니 잊어버렸어."
라고 태연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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