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백곡 김득신의 유묵과 간찰 두 편(2)-간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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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8-03-14 09:31 조회1,504회 댓글0건본문
다음은 간찰을 살펴보자. 간찰은 문자를 이용하여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서신이다. 그 명칭도 다양하여 죽간에 쓴 것은 ‘서간(書簡)’, 비단에 쓴 것은 ‘서첩(書帖)’, 목편에 쓴 것은 ‘서독(書牘)’ 또는 ‘서찰(書札)’이라 하며, 종이에 쓴 것은 ‘전(箋)’이라 하고, 봉투를 사용하면 ‘함(函)’이라 한다. 그 외에도 ‘한훤(寒喧)’·‘척소(尺素)’·‘척한(尺翰)’이라는 명칭도 있을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였다.
간찰, 곧 편지는 옛 문인(文人)들의 말사(末事)였다. 경서나 역사서와 같이 전적으로 집중하여 배우지는 않았지만, 예전에는 일상에서 서로 소식을 통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무엇보다 기본적이고도 중요하였다.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진솔하게 전해주는 것이고, 일상의 생활과 내면세계는 물론 다른 사람과 인적·정신적 교류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두 편을 소개한다. 첫 편은 이러하다.
<간찰#1> <간찰#2>
‘안동 김씨 대종회 홈페이지’(이하 대종회)에 의하면, ‘간찰 #1’의 출전은 『근묵(槿墨)』이다. 이 책은 34책으로 이루어진 첩장본(帖裝本)으로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선생이 우리나라 선현들의 묵적 가운데 서간류의 소품을 수집하여 엮은 것이다. ‘간찰 #2’의 출전은 『명가필보(名家筆譜)』권5로 소개하였다.5)
위의 두 간찰을 살펴보면, 동일한 내용의 글이다. 차이가 있다면 ‘간찰 #1’은 친필이고, ‘간찰 #2’는 책으로 찍어내기 위하여 목판 작업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대종회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百鍊上
耑送奴生致問 感篆感篆 累個個不得
相見面目 幾乎相忘焉也 出他入來
則送送邀之 必臨 況繩祝繩祝
正言出廣陵送 柏翁
[번역]
백련(百鍊: 鄭鎔의 字)에게 올립니다.
오로지 노복을 보내어 소생에게 문안을 물어주시니 너무나 감명됩니다. 거듭 매번 서로 모습을 보지 못한지가 얼마입니까. 얼마 있다간 서로 잊어버리겠습니다. 출타했다가 들어오면 전심으로 사람을 보내어 맞이하니 꼭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물며 계속 축하하고 계속 축하해 줌에야....
정언(正言: 司諫院의 정6품직)이 광릉(廣陵: 왕릉이 아니고 지명임)에 나아갔다는데 무슨 일입니까.
백옹(柏翁)이....
초서를 완벽하게 해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많은 오독과 오역이 있어온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필자는 대종회에서 제공한 해독 및 해석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 이에 구두점을 다시 찍고 이미 탈초한 한자도 고쳤다. 물론 해석도 다소 다르다. 우선 원본에 맞춰 탈초를 하였다.
다음은 구두(句讀)를 다시 찍고 번역한 것이다.
[원문]
百鍊上
耑送奴生致問 感篆感篆 累個月不得
相見面目 幾乎相忘 馬也出他 入來
則送送邀之 必臨況 繩祝繩祝
正言出金陵送 柏翁
[번역]
백련에게 올립니다.
일부러 종을 보내어 위문을 하시니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여러 달 동안 얼굴을 보지 못하매 거의 서로를 잊을 지경입니다. (마침) 말이 밖에 나가 있으니 들어오면 오로지 보내어 초청하겠으니 꼭 왕림해주시기를 빌고 빕니다.
정언은 금릉으로 나갔습니까?
백옹
‘백련’은 편지를 받는 상대방의 자(字)이다. ‘전(送)’은 ‘일부러’라는 뜻으로 편지에 자주 쓰는 투식이다. 문장 가운데 ‘ 、、’은 바로 위의 글자가 반복됨을 나타낸다. ‘個月’에서 ‘月’자를 ‘日’로도 볼 수 있으나, 편지 내용상 며칠보다는 몇 달이 더 근리(近理)하다. ‘馬(마)’를 대종회에서는 ‘焉(언)’으로 보았고, 또 ‘金陵(금릉)’을 ‘廣陵(광릉)’으로 해독했다. ‘馬(마)’는 구말(句末)에 쓰이는 어기사로 백곡이 즐겨 쓰는 문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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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4) 진(晉)나라 때 맹가(孟嘉)가 일찍이 정서대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이 되었을 때, 한번은 중양절에 환온이 용산(龍山)에서 그의 막료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는데,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아갔으나 맹가는 미처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풍류를 한껏 발휘했던 데서 온 말이다.
5) 『근묵(槿墨)』은 현재 성균관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흑백판(1981년)과 칼라판(1995년)으로 각각 2차례 간행되었다.『명가필보(名家筆譜)』는 한남서림(翰南書林)에서 1926년에 발행 보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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