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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설악산기(登雪嶽山記)1-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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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8-01-29 09:07 조회1,30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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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2007년) 여름, 7월 30일부터 1박 2일간 설악산을 종주하고 왔습니다.

그 때 산행기를 간단히 기록해 두었다가 겨울에 다시 꺼내 보니 마치 남의 체험기 같이 생소하게 보입니다. 

혹시 앞으로 설악산을 오를 분이 계실지 몰라 길 안내를 겸하여 간단히 연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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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설악산기(登雪嶽山記) 

 설악산(雪嶽山) 등산(登山)은 나의 작은 희망이었다. 그동안 수 십 여 번이나 설악산을 다녀왔지만 설악동(雪嶽洞) 신흥사(新興寺)를 찾거나 권금성(權金城)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큰 맘 먹고 등산해 봐야 비선대(飛仙臺)가 고작이었다. 세 번이나 내설악 백담사(百潭寺)를 다녀오고 영시암(永矢庵)을 한 번 가보았지만 정작 산 정상을 넘진 못했다. 가을엔 차를 타고 멀리 미시령에서 파스텔로 그린 설악의 아름다움에 감탄만 했지 그 단풍 속으로 들어가 함께 불태워보지도 못했고, 겨울엔 눈 덮인 설악을 멀리서 설렘으로 바라보기만 했었다.

 산의 매력을 발견한 지는 여러 해가 되었다. 나이 50을 넘으면서 발견한 새로운 기쁨이었다. 딱딱한 아스팔트가 아닌 흙이 좋았고, 자꾸만 불어만 가던 배가 줄어들고 나날이 단단해지는 체력에 기뻤으며, 새소리 물소리를 자연 그대로 들을 수 있어 행복했고, 사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누릴 수 있어 더욱 산을 찾게 되었다. 특히 점점 약해져 가던 용기와 도전력,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다시 불러 일으켜 삼십대 청년의 기상(氣象)을 갖게 하기에 감사했다. 삶이란 이렇게 살아가면서 새로운 매력과 기쁨을 발견하며 사는 쾌감이 있는가 보다.

 몇 해 전부터는 아예 맘먹고 구체적 산행 계획도 세웠다. 나이 들수록 체력이 떨어질테니 높은 산부터 오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漢拏山)이었다. 2005년 7월 21일부터 1박 2일간 대학생 딸아이 예진이와 고교생 아들인 용진이와 함께 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밤새워 서해안을 따라 남행하여 새벽에 제주항에 도착, 한라산 성판악(750m)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백록담(白鹿潭-1950m)을 다녀 온 후 다시 배를 타고 인천으로 되돌아오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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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백록담에서>

 

 산을 오르는 뾰족뾰족한 돌길을 오르며 한없이 땀을 흘려야 했고, 정상에 올라가서는 신비의 백록담을 직접 보는 기막힌 추억을 간직한 7시간 30분간의 등산이었다.

 두 번째는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지리산(智異山)이었다. 2006년 8월 3일부터 2박 3일간 죽우(竹友)인 정수와 함께 했다. 노고단에서 출발하여 능선을 따라 끝도 없이 걷고 또 걸었다. 문화물이라곤 전혀 없는 원시시대 바로 그 속이었다. 연하천(煙霞泉)에서 1박, 장터목에서 또 1박한 뒤 천왕봉(天旺峰-1915m)에 올라 해돋이의 장관을 보고 백무동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한 여름 가장 무더웠던 때에 꽤나 힘들었고 땀도 무척이나 흘렸던 등산이었다. 이때 3년간이나 신었던 등산화를 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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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노고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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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천왕봉에서>

 

댓글목록

김정중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정중
작성일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번 2월1일에서 3일까지 한라산 등반을 계획 하고 있습니다
부산서 배타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김영윤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영윤
작성일

  한 겨울에 읽는 지난 여름의 등설악산기 첫회를 보며 벌써 다음회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