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매화
페이지 정보
김태영 작성일07-03-31 12:21 조회1,289회 댓글2건본문
2007년 2월 2일 오규원 시인이 향년 66세로 사망했다.
장례는 2007년 2월 5일 오후 2시 강화도 전등사에서 많은 지인들과 동료 후배 문인들이 전등사에 모여 지난날을 추억하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수목장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고인은 폐질환으로 영월, 양평 등지에서 요양생활을 하다가 최근 병세의 악화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었다. 시인은 의식을 잃기 직전 간병 중이던 제자 시인 이원 씨의 손바닥에 혼신의 힘을 다해 손톱으로 새긴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시이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2007년 1월 21일 세브란스 병원에서
겨울나그네 - 오규원
지난 겨울도 나의 발은 발가락 사이
그 차가운 겨울을 딛고 있었다.
아무데서나 심장을 놓고 기우뚱, 기우뚱 소멸을 딛고 있었다.
그 곁에서 계절은 귀로를 덮고있었다.
모음을 분분히 싸고도는 인식의 나무들이 그냥 서서 하루를 이고 있었다.
지난 겨울도 이번 겨울과 동일 했다.
마음할수 없는 사랑이여, 사랑....
내외들의 사랑을 울고 있는 비둘기 따스한 날을 쪼고있는 곁에서 동일 했다.
모든 나는 왜 이유를 모를까, 어디서나 기우뚱, 기우뚱하며
나는 획득을 딛고 발은 소멸을 딛고 있었다.
끝없는 축복.
떨어진 것은 恨대로 다 떨어지고 그 밑에서 무게를 받는 日月이여
모두 떨어져 덤숙히 쌓인 위에 감당할수 없는 무게로 발자국이 하나씩 남는다.
손은 필요를 저으며 떨어져 나가고, 손은 필요를 저으며 떨어져 나가고
서서 작별을 지지하는 발
발가락 사이 이 차가운 겨울을 부수며 무엇인가 아낌없이 주어 버리며 오늘도 딛고 있다.
바람을 흔들며 선 고목 밑,
죽은 언어들이 히죽 히죽 하얗게 웃고있는 겨울을
철탑에서 안식일을 우는 종이 얼어서 얼어서 들려오는 겨울을,
이번 겨울에도 나의 발은 기우뚱, 기우뚱 소멸을 딛고 日月이 부서지는 소리
그밑 누군가가 무게를 받들고....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오규원(1941~2007)
1941년 경남 삼랑진에서 출생했고,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분명한 사건』 『순례』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이 땅에 씌어지는 抒情詩』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사랑의 감옥』 『길, 골목,호텔 그리고 강물소리』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오규원 시 전집』 1 ·2 등이 있으며 시선집 『한 잎의 여자』, 시론집 『현실과 극기』 『언어와 삶』 등과 『현대시작법』을 상자했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댓글목록
김상석님의 댓글
![]() |
김상석 |
---|---|
작성일 |
<일상>,<자연>,<여자>를 노래한 세 편의 작품을 통해 시인이 전해주려한 묵직한 시어들을 음미하며 봄비가 갠 후 흩뿌리는 는개(안개비)의 감미로운 촉감을 느껴봅니다.
김윤식님의 댓글
![]() |
김윤식 |
---|---|
작성일 |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립군요.